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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수능 필적확인문구 모음 - "작은 노래2" - 이해인,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곽의영 「하나뿐인 예쁜 딸아」 등 시

by sk2nd 2025.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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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수능 필적확인문구 모음 - "작은 노래2" - 이해인,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곽의영 「하나뿐인 예쁜 딸아」 등 시

수능의 하루는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에게 있어 가장 긴장되고 의미 있는 하루입니다. 그날 아침, 수험생이 시험지에 처음으로 써 내려가는 문장은 바로 ‘필적확인 문구’입니다. 이는 단순히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절차를 넘어, 시험을 준비해온 청춘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은 시의 한 구절로 자리해 왔습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적확인 문구는 곽의영 시인의 시 「하나뿐인 예쁜 딸아」 속 문장,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였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전하는 사랑의 언어이자, 스스로에게 던지는 다짐 같은 이 구절은 시험장 안팎의 긴장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감싸며, 수험생들에게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라는 격려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수능 필적확인 문구란?

수능 필적확인 문구는 2006학년도부터 도입된 제도로, 답안지가 수험생 본인에 의해 작성되었음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수험생은 시험 시작 전, 해당 문구를 정자로 따라 써야 하며, 이를 통해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수험생의 필체를 식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능은 단순한 인증을 넘어, 수험생의 마음을 다독이는 ‘심리적 응원 메시지’로 발전해왔습니다. 문구는 대부분 국내 시인의 시나 문학 작품에서 발췌되며, 길이와 자음 구성에 일정한 규칙이 있습니다.

  • 문장 길이: 12~19자
  • 겹받침 포함 (ㄻ, ㄾ, ㅀ 등)
  • 자음 ‘ㄹ’, ‘ㅁ’, ‘ㅂ’ 중 2개 이상 포함
  • 문학적 또는 교육적 가치가 있는 문장

필적확인문구 글자 수는 12자에서 19자 사이, 겹받침(ㄻ, ㄾ, ㅀ 등) 포함, 그리고 ‘ㄹ·ㅁ·ㅂ’ 세 자음 중 두 개 이상을 포함해야 합니다. 이는 필체를 명확히 구별하기 위함이며, 동시에 수험생이 지나치게 긴 문장을 쓰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고려된 결과입니다.

이러한 문구 선정 과정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지며, 교육부와 출제위원회가 문학적 가치, 내용의 긍정성, 필체 구별의 용이성을 함께 고려합니다.

2025학년도 수능 필적확인문구의 의미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곽의영 시인의 시 「하나뿐인 예쁜 딸아」에 나오는 이 구절은 부모의 사랑과 격려를 상징합니다. 시 전체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뿐인 예쁜 딸아 - 곽의영

나는 너의 이름조차 아끼는 아빠
너의 이름 아래엔
행운의 날개가 펄럭인다

웃어서 저절로 얻어진
공주 천사라는 별명처럼
암 너는 천사로 세상에 온 내 딸

빗물 촉촉이 내려
토사 속에서
연둣빛 싹이 트는 봄처럼 너는 곱다

예쁜 나이, 예쁜 딸아
늘 그렇게 곱게 한 송이 꽃으로
시간을 꽁꽁 묶어 매고 살아라

너는 나에게 지상 최고의 기쁨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함박꽃 같은 내 딸아.

이 시는 자녀의 인생을 축복하며, 앞으로 펼쳐질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꿈을 이루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수험생들이 이 문장을 시험지 첫 장에 써 내려가는 순간, 부모의 격려와 사랑이 함께 느껴지며, 그동안의 긴장감과 불안이 잠시나마 해소됩니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자신을 믿고 나아가라’는 간절한 격려가 담겨 있습니다.

역대 수능 필적확인 문구 모음

필적확인 문구는 매년 다른 시에서 발췌되어 수험생에게 각기 다른 울림을 주었습니다. 아래는 2006학년도 이후 역대 수능 필적확인 문구와 그 출처입니다.

  • 2006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 윤동주 「서시」
  • 2007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 정지용 「향수」
  • 2008년: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 - 윤동주 「소년」
  • 2009년: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 윤동주 「별 헤는 밤」
  • 2010년: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 2011년: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 정채봉 「첫마음」
  • 2012년: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 황동규 「즐거운 편지」
  • 2013년: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며 - 정한모 「가을에」
  • 2014년: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 박정만 「작은연가」
  • 2015년: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 - 문태준 「돌의 배」
  • 2016년: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 - 주요한 「청년이여 노래하라」
  • 2017년: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 - 정지용 「향수」
  • 2018년: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 김영랑 「바다로 가자」
  • 2019년: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 김남조 「편지」
  • 2020년: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 - 박두진 「별밭에 누워」
  • 2021년: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 나태주 「들길을 걸으며」
  • 2022년: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 이해인 「작은 노래2」
  • 2023년: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 한용운 「나의 꿈」
  • 2024년: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 양광모 「가장 넓은 길」
  • 2025년: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 곽의영 「하나뿐인 예쁜 딸아」

역대 수능 필적확인문구 시 모음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바다로 가자' - 김영랑

바다로 가자 큰 바다로 가자
우리 인젠 큰 하늘과 넓은 바다를 마음대로 가졌노라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이라
바다 하늘 모두 다 가졌노라
옳다 그리하여 가슴이 뻐근치야
우리 모두 다 가자꾸나 큰 바다로 가자꾸나

우리는 바다 없이 살았지야 숨막히고 살았지야
그리하여 쪼여들고 울고불고 하였지야
바다 없는 항구 속에 사로잡힌 몸은
살이 터져나고 뼈 튀겨나고 넋이 흩어지고
하마터면 아주 꺼꾸러져버릴 것을
오! 바다가 터지도다 큰 바다가 터지도다

쪽배 타면 제주야 가고오고
獨木船 倭섬이사 갔다왔지
허나 그게 바다러냐
건너뛰는 실개천이라
우리 삼년 걸려도 큰 배를 짓자꾸나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우리 큰 배 타고 떠나가자꾸나
창랑을 헤치고 태풍을 걷어차고
하늘과 맞닿는 저 수평선 뚫으리라
큰 호통 하고 떠나가자꾸나
바다 없는 항구에 사로잡힌 마음들아
툭 털고 일어서자 바닥 네 집이라

우리들 사슬 벗은 넋이로다 풀어놓인 겨레로다
기슴엔 잔뜩 별을 안으렴아
손에 잡히는 엄마별 아가별
머리엔 끄득 보배를 이고 오렴
별아래 좍 깔린 산호요 진주라
바다로 가자 우리 큰 바다로 가자

편지 -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별밭에 누워 - 박두진

바람에 쓸려 가는 밤하늘 구름 사이
저렇게도 파릇한 별들의 뿌림이여
누워서 반듯이 바라보는
내 바로 가슴 내 바로 심장 바로 눈동자에 맞닿는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
그 삼빡이는 물기 어림
가만히 누워서 바라보려 하지만
무심하게 혼자 누워 바라만 보려 하지만
오래오래 잊어버렸던 어린 적의 옛날
소년쩍 그 먼 별들의 되살아옴이여
가만히 누워서 바라보고 있으면
글썽거려 가슴에 와 솟구치는 시름
외로움인지 서러움인지 분간 없는 시름
죽음일지 이별일지 알 수 없는 시름
쓸쓸함도 몸부림도 흐느낌도 채 아닌
가장 안의 다시 솟는 가슴 맑음이어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울고 싶음이어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소리지름이어

들길을 걸으며 - 나태주

1
세상에 그대를 만난 건
내게 얼마나 행운이었나!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이 됩니다
많고 많은 세상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이제는 내 가슴에 별이 된 사람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

​2
어제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제 내 발에 밟힌 풀잎이
오늘 새롭게 일어나
바람에 떨고 있는 걸
나는 봅니다
나도 당신 발에 밟히면서
새로워지는 풀잎이면 합니다
당신 앞에 여리게 떠는
풀잎이면 합니다.​

'작은 노래2' - 이해인

어느 날 비로소
큰 숲을 이루게 될 묘목들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갓 태어난 어린 새들

어른이 되기엔 아직도 먼
눈이 맑은 어린이
한 편의 시가 되기 위해
내 안에
민들레처럼 날아다니는
조그만 이야기들
더 높은 사랑에 이르기 위해선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조그만 슬픔과 괴로움

목표에 도달하기 전
완성되기 이전의 작은 것들은
늘 순수하고 겸허해서
마음이 끌리는 걸까

크지 않다는 이유만으로도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것들의
숨은 힘을 사랑하며
날마다 새롭게
착해지고 싶다

풀잎처럼 내 안에 흔들리는
조그만 생각들을 쓰다듬으며
욕심과 미움을 모르는
작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행복한 나라를 꿈꾸어본다.

작은 것을 아끼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보이지 않게 심어주신
나의 하나님을 생각한다
내게 처음으로 작은 미소를 건네며
작은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가장 겸허한 친구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가장 넓은 길 / 양광모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이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문구가 전하는 문학적 감동

이들 문구는 단지 문학적 구절을 옮긴 것이 아니라, 해마다 수험생에게 시대의 정서와 문학의 감성을 전달했습니다. 예를 들어 윤동주의 「서시」는 청춘의 양심과 순결함을, 정지용의 「향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해인의 「작은 노래2」는 성장과 희망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문구는 수험생들이 시험이라는 현실적 압박 속에서도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의 꿈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문학적 쉼표가 됩니다.

대표 시 몇 편의 의미

  • 황동규 「즐거운 편지」는 사랑과 기다림을 통해 인내의 의미를 전하며, 수험생에게 ‘기다림의 끝에는 결실이 있다’는 믿음을 줍니다.
  • 김영랑 「바다로 가자」는 억눌림을 벗고 큰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해방의 메시지를 품고 있어, 수험생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에 어울리는 문구입니다.
  • 나태주 「들길을 걸으며」는 소박하지만 깊은 사랑의 따뜻함을 전하며, 자신과 타인을 향한 긍정적 시선을 일깨웁니다.
  • 양광모 「가장 넓은 길」은 “눈이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통해, 시련 속에서도 길은 존재함을 알려줍니다. 이는 수험생들에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인 조언으로 남습니다.

필적확인 문구의 역할과 가치

수능장에서 이 한 문장을 쓰는 짧은 순간은 시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자, 자신과의 약속을 다시 다지는 시간입니다. 손끝의 떨림 속에서도 수험생들은 이 문구를 통해 스스로를 격려하고,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되새깁니다. 특히 필적확인 문구는 교실의 긴장된 공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며, 인생의 전환점에 서 있는 젊은이들에게 문학이 전할 수 있는 최선의 응원이 됩니다.

결론

흐이그 이 짓을 한 해 더해야 하다니..2026학년도 수능 수험생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제 딸은 올해도 수능을 보네요. 장수왕 될 듯.

수능 필적확인 문구는 단순한 인증 절차를 넘어, 한 세대의 수험생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상징적 문장입니다.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는 문구는 2025학년도 수험생에게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주며, 지금의 작은 시험이 인생의 큰 시작임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역대 필적확인 문구들은 시대마다 다른 시인의 언어로 표현되었지만, 그 핵심은 언제나 같습니다. ‘당신은 충분히 잘해왔고, 이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 필적확인 문구는 단지 한 줄의 문장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청춘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격려의 편지이자, 희망의 문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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